타오르는 이탄지와 붉은 기름: 누르지안토의 팜유 저항 연대기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의 폭력적 팽창에 맞서 열대우림과 원주민 생존권을 지켜낸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의 투쟁과 생태학살의 진실을 기록합니다.

핵심 요약
-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은 1,600만 헥타르 이상의 원시림과 이탄지를 파괴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원자재로 급성장했습니다.
- 골든아그리리소스와 윌마 등 다국적 기업은 군부 및 관료와 유착해 원주민 공동체의 관습적 토지를 조직적으로 강탈했습니다.
- 누르지안토와 풀뿌리 활동가들은 법정 투쟁과 현장 직접행동을 통해 다국적 자본의 이탄지 방화와 산림벌채에 정면으로 저항했습니다.
- 2015년 대화재로 최소 1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천문학적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으나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그린워싱 뒤에 숨어 있습니다.
- 생태학살을 멈추기 위해서는 공급망 실사법 강화와 함께 원주민 토지권의 법적 승인 및 식생 복원이 필수적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원시 열대우림과 탄소를 머금은 이탄지가 다국적 팜유 자본의 불길에 무너져 내리는 동안, 거대 농업 기업과 유착한 국가 권력의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 대지와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이들이 있었다. 이 글은 서칼리만탄과 수마트라의 화마 한가운데서 관습림을 수호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피 묻은 사슬을 고발한 풀뿌리 저항가들의 투쟁사다.
핵심 사실 (Key Facts)
- 면적의 수탈: 인도네시아 내 팜유 플랜테이션 면적은 1990년 100만 헥타르 미만에서 2022년 기준 1,600만 헥타르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남한 면적의 1.6배를 웃돈다.
- 2015년 대참사: 이탄지 방화로 번진 2015년 연무(Haze) 사태 당시 하버드·컬럼비아 대학 연구진 추산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최소 100,3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했다.
- 생물다양성의 파멸: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서식지 80% 이상이 파괴되었으며, 수마트라호랑이는 야생에 400마리 미만만 남아 절멸 위기에 처했다.
- 토지 갈등: 인도네시아 농업개혁협의회(KP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록된 농촌 토지 분쟁의 60% 이상이 팜유 플랜테이션 인허가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 초국적 자본의 공모: 전 세계 가공식품과 화장품의 절반 이상에 인도네시아산 팜유가 사용되며, 유니레버·네슬레·몬델리즈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대 이윤을 흡수해 왔다.
The scene
2015년 10월,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 폰티아낙의 한낮은 밤과 구별되지 않았다. 하늘은 핏빛이 감도는 짙은 황토색 연무로 뒤덮였고, 공기 질 지수(AQI)는 측정 한계치인 1,000ppm을 뚫고 2,000에 육박했다. 서칼리만탄 환경운동가 누르지안토(Nurjianto)는 천으로 겹겹이 두른 조악한 마스크를 쓴 채 깊이 3미터의 타오르는 이탄지(Peatland) 위에 서 있었다. 발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군화 밑창을 녹일 듯 뜨거웠다. 겉흙은 꺼진 것처럼 보였으나, 지하 수 미터 아래 켜켜이 쌓인 수천 년 된 유기물 층은 무산소 상태에서 서서히 타들어가며 유독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누르지안토의 손에는 전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와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그가 선 땅은 불과 몇 달 전까지 다약(Dayak) 원주민 공동체가 고무나무를 채취하고 두리안을 수확하던 조상 대대의 관습림(Adat forest)이었다. 그러나 주정부가 다국적 팜유 기업의 페이퍼 컴퍼니에 부여한 '입지 허가(Izin Lokasi)' 한 장으로 숲은 국가 소유의 개간지로 둔갑했다. 대형 굴착기들이 관습림을 가로질러 거대한 배수로를 파내자, 수천 년간 물을 머금고 있던 스펀지 같은 이탄지가 순식간에 바짝 말라붙었다. 그리고 '의문의 불'이 붙었다. 플랜테이션 기업에 헥타르당 수백 달러가 드는 기계식 벌채 대신 2달러짜리 휘발유 한 통으로 원시림을 백지화하는 방화는 가장 효율적인 자본 축적의 수단이었다.

연무 속에서 마을 아이들은 기침을 토하다 피를 흘렸다. 병원 응급실 바닥에는 산소호흡기를 차지하지 못한 농민들이 쓰러져 있었다. 자카르타의 중앙정부와 런던, 싱가포르의 상품거래소 모니터에는 팜유의 선물 가격과 정제유 수출 통계가 푸른색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칼리만탄의 현장은 그 자체로 생태학살(Ecocide)의 도살장이었다. 누르지안토는 그 지옥 속에서 도망치는 대신, 불타는 배수로의 좌표를 기록하고 기업의 불도저 번호판을 촬영했다. 그것은 지워져 가는 생명들에 대한 추모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최전선에서 개시된 목숨을 건 저항이었다.
Origins
누르지안토는 1974년 보르네오섬 서부 카푸아스강 하류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을 때의 칼리만탄은 무성한 원시림의 바다였다. 강을 따라 늘어선 다약족과 말레이계 공동체는 숲과 강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영적인 공존의 터전으로 여겼다. 수백 년간 유지되어 온 전통적 농임업 시스템(Tembawang) 속에서 숲은 약재와 과일, 목재를 내어주었고, 강은 단백질을 공급했다. 원주민들에게 땅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상의 뼈가 묻힌 언덕과 대대로 이름을 붙여 부르던 무화과나무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권리증서였다.
그러나 1967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수하르토(Suharto)의 신질서(Orde Baru) 체제는 이 거대한 생태계를 단순한 '목재와 환금작물의 광산'으로 규정했다. 수하르토 정권은 1967년 기본산림법(Basic Forestry Act No. 5)을 공포하여 인도네시아 국토 면적의 70% 이상에 달하는 1억 4,300만 헥타르를 국유림으로 강제 편입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의 관습적 권리는 법률 한 줄로 무단 점유자의 지위로 전락했다. 군부 엘리트와 화교 재벌(크로니 자본가)들은 수백만 헥타르의 벌채권을 헐값에 분배받았다.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열대림 원목 수탈이 한계에 다다르자, 군부 독재 정권은 새로운 금광으로 눈을 돌렸다. 기름야자(Elaeis guineensis)였다.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기름야자는 단위 면적당 식물성 기름 생산량이 대두나 유채의 5~8배에 달하는 괴물 같은 작물이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차관을 등에 업은 정권은 자바섬의 과밀 인구를 외곽 섬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트랜스미그라시(Transmigrasi)' 프로그램과 팜유 플랜테이션을 결합했다. 울창한 열대림은 전기톱에 베어졌고, 그 자리에는 완벽한 격자무늬로 줄지어 선 녹색 사막, 기름야자 단일경작지가 들어섰다.
청년 시절 삼림 벌채 트럭을 바라보며 자란 누르지안토는 1990년대 후반 폰티아낙의 대학에서 법학과 환경학을 공부하며 저항의식에 눈을 떴다. 1998년 수하르토 정권이 민중봉기로 무너졌지만, 민주화(Reformasi)는 칼리만탄의 숲을 구원하지 못했다. 오히려 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자, 지방 군수(Bupati)와 주지사들은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관할 구역의 토지를 다국적 팜유 복합기업에 경쟁적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누르지안토는 2000년대 초 인도네시아 환경포럼(WALHI)에 합류하며, 기업과 결탁한 지방 권력의 토지 강탈에 맞서는 최전선 활동가로 투신하게 된다.

The turning point
누르지안토의 생애를 송두리째 바꾼 분기점은 2010년 서칼리만탄주 끄타팡(Ketapang)현의 올락올락(Olack Olak) 마을에서 발생한 유혈 분쟁이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급 팜유 대기업의 자회사가 마을 사람들의 관습림 3,000헥타르를 강탈해 불도저로 밀어붙였다. 마을 공동체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던 개울은 플랜테이션에서 살포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와 살충제 파라콰트로 오염되어 물고기가 떼죽음당했다.
참다못한 농민들이 불도저 앞을 막아서자, 기업은 정규 경찰 특수기동대(Brimob)와 자체 고용한 무장 용역을 투입했다. 최루탄이 발사되었고, 농민 4명이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으며 마을 지도자 12명이 특수절도 및 업무방해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되었다. 기업의 논리는 단순했다. 국유림에 대한 '사업이용권(HGU)'을 국가로부터 정당하게 매입했으므로, 숲을 지키려는 주민들은 '국가 자산을 침탈하는 폭도'라는 것이었다.
현장에 급파된 누르지안토는 법원의 차가운 벽 앞에서 법치주의의 완전한 파산을 목도했다.
"우리가 법원에 들고 간 것은 수백 년 된 고목의 나이테와 조상들의 구전 역사였다. 그러나 판사가 요구한 것은 독재 정권의 도장이 찍힌 종이 쪼가리뿐이었다. 법은 원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라는 이름의 장부를 통해 자본의 약탈을 합법화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었다." — 누르지안토, 2011년 인권위원회 진정서 구술
누르지안토는 기존의 온건한 청원 방식으로는 거대한 카르텔을 멈출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전략을 완전히 전환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숲의 모든 경계와 생태적 가치를 데이터로 환산하는 '참여형 관습림 지도화(Participatory Mapping)' 운동을 시작하는 동시에, 플랜테이션 기업이 파놓은 불법 배수로를 농민들과 함께 물리적으로 다시 메워버리는 직접행동에 착수했다.
What they built
누르지안토와 풀뿌리 활동가들이 구축한 저항의 네트워크는 인도네시아의 고립된 마을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단단한 방파제가 되었다. 그는 단순히 숲을 지키자고 호소하는 감상주의를 배격했다. 그는 철저히 과학적 증거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그리고 국제 인권 규범을 무기로 삼았다.
첫째, 그는 '원주민 관습림 대안 지도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면허를 받을 때 사용하는 왜곡된 지형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마을 장로들의 구술 증언과 드론 촬영, 위성 좌표를 결합하여 수십만 헥타르에 달하는 원주민 관습림 지도를 완성했다. 이 지도들은 2013년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내린 역사적인 판결(MK 35/2012 — "관습림은 더 이상 국유림이 아니다")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유일한 물리적 근거가 되었다.
둘째, 그는 '이탄지 수로 차단(Peatland Canal Blocking)' 직접행동 연대를 결성했다. 기업들이 이탄지의 물을 빼내기 위해 파놓은 너비 4미터, 깊이 3미터의 거대한 운하에 통나무와 모래주머니로 댐을 쌓아 지하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물이 차오른 이탄지는 불타지 않는다. 누르지안토는 청년들과 함께 밤마다 플랜테이션 경계로 잠입해 수백 개의 운하를 차단했다. 이것은 기후변화 협약의 그 어떤 탁상공론보다 수억 톤의 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막아낸 강력한 생태적 저지선이었다.
[글로벌 팜유 공급망과 자본 착취의 구조도]
원주민 관습림 / 이탄지 파괴
│ (불법 방화, 토지 강탈, 군경 용역 투입)
▼
현지 플랜테이션 자회사 (HGU 취득)
│ (신선 과육 FFB 생산 및 가공)
▼
원자재 대기업 카르텔 (Wilmar, Sinar Mas, Musim Mas)
│ (선물 거래, 정제유 세탁, RSPO 허위 인증)
▼
글로벌 다국적 기업 (Unilever, Nestlé, Mondelēz, P&G)
│ (초코바, 샴푸, 라면, 바이오디젤로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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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비자 시장 (선진국 및 신흥국 식탁/연료 소비)
셋째, 누르지안토는 수탈적인 기업 주도 플랜테이션을 대체할 '생태농업 자치 협동조합'을 조직했다. 기름야자 단일경작은 농민들을 기업 밀(Mill)의 수매 가격 횡포에 종속시키는 노예 계약과 다름없었다. 그는 기름야자 대신 숲의 층위를 살리는 일리페 넛(Illipe nut), 야생 꿀, 유기농 고무, 전통 사향 쌀의 혼작 시스템을 복원하여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닦았다. 자본에 손벌리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야말로 탄압에 굴하지 않는 저항의 원동력이었다.
아래 표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산림벌채 원인 작물 비교 및 팜유 플랜테이션의 폭발적인 팽창 추이를 보여준다.
| 연도 | 팜유 플랜테이션 공식 면적 (ha) | 연간 조유(CPO) 생산량 (톤) | 원시림 상실 면적 (ha) | 온실가스 배출량 (MtCO2e) |
|---|---|---|---|---|
| 1990 | 1,126,677 | 2,410,000 | 840,000 | 380 |
| 2000 | 4,158,077 | 7,000,000 | 1,200,000 | 620 |
| 2010 | 8,385,394 | 21,960,000 | 1,450,000 | 1,150 |
| 2015 | 11,260,277 | 31,070,000 | 1,740,000 | 2,280 (대화재) |
| 2022 | 16,381,959 | 46,730,000 | 980,000 | 1,420 |
출처: 인도네시아 농무부(Kementan), 세계자원연구소(WRI), Global Forest Watch 종합 데이터.
The cost
저항의 대가는 참혹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환경과 토지권을 지키는 운동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었다. 누르지안토는 수년간 플랜테이션 기업이 고용한 폭력배와 사복 군인들의 상시적인 감시와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2017년 4월, 폰티아낙 외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그는 번호판 없는 트럭에 고의로 들이받혀 다리가 세 군데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적 고통보다 더 뼈아픈 것은 생태계의 비가역적 절멸이었다. 숲이 불타면서 수천 년간 공존해 온 야생동물들은 산 채로 화마에 휩싸였다.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의 상징인 오랑우탄은 굶주림과 화상을 입은 채 잘려나간 야자나무 그루터기를 방황하다 마을로 내려왔고, 기업 경비원들의 총에 맞아 사살되거나 밀매업자에게 팔려나갔다.

2015년 대화재 당시의 비용은 계량화조차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세계은행은 2015년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한 직접적 경제 손실만 최소 161억 달러(인도네시아 GDP의 약 1.9%)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파괴된 생태계의 가치나 유독성 연무를 마시고 서서히 폐가 망가져 간 수백만 빈곤층의 고통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래 차트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주요 열대우림 및 이탄지 파괴 면적 추이를 나타낸다.
생존의 위협은 인간에게도 균등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전락한 농민들은 비인간적인 할당량에 짓눌렸다. 하루 1.5톤에서 2톤에 달하는 가시 돋친 팜유 과실송이(FFB)를 맨손과 장대로 수확해야 했고,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이 삭감되었다. 생계를 위해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무보수 보조 노동자로 밭에 동원되었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비료 포대를 날랐고, 여성들은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맹독성 화학물질을 살포하다 만성 피부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얻었다.
아래 표는 팜유 단일경작 플랜테이션 시스템이 현지 생태계와 지역 노동자에게 강요한 착취 지표를 보여준다.
| 피해 부문 | 정량적 지표 및 피해 규모 | 주요 책임 주체 및 메커니즘 | 장기적 생태·사회적 파급효과 |
|---|---|---|---|
| 보건 및 인명 | 2015년 단일 연도 조기 사망 100,300명 (Kroll et al., 2016) | 이탄지 배수 운하 굴착 후 플랜테이션 개간용 고의 방화 | 호흡기 질환 급증, 영유아 발육 부진 및 조기 사망률 고착화 |
| 생태계 절멸 | 야생 수마트라호랑이 400마리 미만 생존, 서식지 67% 축소 | 원시 저지대 우림을 불법 파쇄 후 기름야자 단일림 조성 | 최상위 포식자 멸종 위기 및 열대 생태계 먹이사슬 완전 붕괴 |
| 원주민 추방 | 2010~2020년 토지분쟁 2,288건, 축출 주민 140만 명 | 국유림 불법 양여(HGU) 및 군경 특수부대(Brimob)의 무력 개입 | 조상 대대의 관습적 문화 상실, 도시 슬럼 빈민으로 전락 |
| 노동 착취 | 플랜테이션 노동자 최저임금의 60~70% 수령, 아동노동 만연 | 가족 단위 할당량 강제 부과를 통한 '무임금 가족 노동' 착취 | 세대 간 빈곤 대물림, 기초 의무교육 박탈, 독성 농약 노출 |
동물들의 운명 역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인도네시아의 고유종인 수마트라호랑이(Panthera tigris sumatrae)는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사냥터를 잃고 플랜테이션 인근 마을로 밀려나 인간과의 충돌 속에서 독살되거나 덫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다.

What they still teach us
누르지안토와 인도네시아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의 투쟁은 오늘날 우리에게 자본주의적 소비문명의 가장 추악한 심연을 폭로한다. 런던의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바삭한 과자, 뉴욕의 약국에서 팔리는 매끄러운 립스틱, 서울의 주유소에서 주입되는 친환경 바이오디젤의 이면에는, 서칼리만탄의 불타는 이탄지와 최루탄에 쫓겨난 원주민의 피눈물이 끈적하게 묻어 있다.
그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명확한 역사적 교훈을 던진다:
- '녹색 에너지'라는 이름의 새로운 제국주의적 착취를 경계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선진국들이 탄소 중립을 명분으로 도입한 바이오연료 의무혼합 제도는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열대림 파괴를 더욱 가속화하는 역설을 낳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대륙의 원시림을 불태우는 행위는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생태적 식민주의(Ecological Colonialism)에 불과하다.
- 소유권 없는 보전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기업에 '자발적 벌채 중단(NDPE)' 서약을 요구하는 방식은 실패했다. 숲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그 숲에서 수백 년간 살아온 원주민들에게 법적 토지권과 자치권을 온전히 반환하는 것이다. 통계는 명백히 증명한다. 원주민의 관습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삼림의 벌채율은 기업이나 국가가 관리하는 삼림보다 5배 이상 낮다.
- 소비자 윤리 운동의 한계를 인정하고 구조적 법제를 구축해야 한다. 기름야자가 들어간 과자를 불매하는 개인적 차원의 실천만으로는 초국적 농업 복합체를 멈출 수 없다. 불법 산림벌채와 인권침해로 생산된 원자재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유럽연합 산림벌채 방지법(EUDR)과 같은 강력한 법적 규제와 기업 공급망 실사의무화가 강제되어야 한다.
"세계는 우리의 숲이 타오를 때 나오는 연기는 두려워하면서도, 그 연기를 만들어내는 자신들의 밥상 위 기름에는 무감각하다. 우리의 싸움은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삼키며 유지되는 문명의 방식 자체를 바꾸기 위한 싸움이다." — 인도네시아 원주민동맹(AMAN), 2021년 글래스고 기후총회 성명
누르지안토는 지금도 폰티아낙의 붉은 흙탕길 위에 서 있다. 그의 무릎은 부서졌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드론을 띄우고 불법 수로를 메우며 마을 청년들에게 지도를 그리는 법을 가르친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와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생명의 존엄이자, 대지를 어머니로 부르던 인간다운 삶의 마지막 보루다.
Sources & further reading
- Rainforest Action Network (RAN) - The Human and Environmental Cost of Palm Oil
- Human Rights Watch - "When We Walked on the Land, We Could Eat": How Palm Oil Plantations in Indonesia Threaten Indigenous Peoples
- World Resources Institute (WRI) - Deforestation and Peat Fires in Indonesia Data
- Kroll et al., Harvard & Columbia Universities - Public Health Impacts of the 2015 Southeast Asian Peat Fires
- WALHI (Wahana Lingkungan Hidup Indonesia) - Ground Resistance and Land Conflict Reports
자주 묻는 질문
-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 팽창 과정에서 원주민 저항을 이끈 핵심 인물과 단체는 누구인가요?
-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의 풀뿌리 지도자 누르지안토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환경포럼(WALHI), 원주민동맹(AMAN) 등이 저항을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거대 기업과 주 정부가 공모한 토지 강탈에 맞서 관습림 지도화, 법적 위헌 소송, 불법 개간 감시를 전개했습니다.
-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 확장으로 인한 대규모 산림 파괴와 인명 피해의 주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 윌마 인터내셔널, 골든아그리리소스, 시나르마스 등 거대 농업재벌과 이들에게 무제한 토지양여권을 남발한 수하르토 정권 이래의 인도네시아 관료조직, 그리고 저렴한 원료를 납품받은 몬델리즈,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복합적 책임이 있습니다.
- 팜유 개발로 파괴된 산림의 규모와 2015년 화재 당시 인명 및 생태계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 1990년 이후 1,600만 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팜유 농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2015년 건기 플랜테이션 방화로 인한 연무 참사로 하버드대 연구 기준 동남아 전역에서 약 100,300명이 호흡기 질환 등으로 조기 사망했고, 오랑우탄 서식지의 80%가 위협받았습니다.
- 지속가능한 팜유 인증제도(RSPO)는 왜 실질적인 삼림벌채를 막지 못하고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나요?
- RSPO는 기업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협의체로, 위반 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거의 없습니다. 회원사들이 제3자 하청업체를 통해 불법 벌채된 팜유 열매를 혼합 유통하는 '공급망 세탁'을 방조하며 지속가능성 라벨만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소비자와 국제사회가 팜유 착취 구조를 멈추고 현지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요?
- 유럽연합 산림벌채 방지법(EUDR)과 같은 공급망 실사 의무화를 지지하고, 기업에 불법 개간 및 노동착취 배제를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AMAN과 WALHI 같은 독립 인권·환경단체에 연대하고 인도네시아 원주민 관습림의 공식 소유권 인정 법안 제정을 촉구해야 합니다.